5년 만에 우승한 김세영 "또 실패하면 빨간바지 안 입으려 했다"

5년 만에 우승한 김세영 "또 실패하면 빨간바지 안 입으려 했다"

세븐링크 0 119 10.2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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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김치찌개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긴장"

"위기 때 아버지의 '두려워도 쫄지 말아라'는 말씀 떠올려"

답변하는 김세영
답변하는 김세영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해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5년의 기다림 끝에 통산 13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세영은 "이번에도 우승에 실패하면 빨간 바지를 더는 안 입으려 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20언더파 268타)를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한 뒤 "그동안 (우승을 못 해서) 많이 고민했고, 무승 기록이 얼마나 길어질지 걱정했다"며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가족 친지들 앞에서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세영의 고향은 해남에 인접한 전남 영암군으로 가족과 친지들의 성원으로 우승 가뭄을 마침내 해결했다.

LPGA 투어 데뷔 후 매년 우승 행진을 펼치며 통산 12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던 김세영은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을 끝으로 약 5년 동안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세영은 고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며 재기를 알렸다.

김세영은 대회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완벽한 우승을 이뤘다.

위기도 있었다. 이날 김세영은 3번 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는 등 4번 홀(파4)까지 1오버파를 치면서 노예림(미국)에게 한 타 차로 쫓기기도 했다.

김세영은 "어젯밤 가족들과 함께 김치찌개를 먹는데 거의 먹지 못할 만큼 긴장됐다"며 "최근 5년 동안 우승 도전을 계속 실패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늘 라운드 초반엔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실수가 나왔는데, 특히 (노)예림이가 공격적으로 추격해서 위협적이었다"며 "그때 아버지가 했던 '두려워도 쫄지 말아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더 공격적으로 쳤던 것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 트로피 든 김세영
우승 트로피 든 김세영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김세영은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했고 이후 2020년까지 매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바지를 입고 출전해 극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며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법은 지난 5년간 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세영은 "타이거 우즈가 빨간색 셔츠를 입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빨간색 바지를 마지막 라운드에서 입기 시작했는데, 우승과 이어져서 쭉 빨간색 바지를 고수하게 됐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최근엔 계속 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는 안 입을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기에 앞으로 계속 빨간 바지를 입을 것"이라며 웃었다.

우승 만끽하는 김세영
우승 만끽하는 김세영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김세영은 캐디 폴 푸스코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LPGA 투어 데뷔 때부터 푸스코와 호흡을 맞춰온 김세영은 슬럼프 기간에도 캐디를 교체하지 않았다.

그는 "최나연 언니의 캐디였던 푸스코는 신인 때 인연을 맺은 뒤 계속 나를 도와줬다"며 "매우 꼼꼼하고 경험이 많은 캐디"라고 소개했다.

이어 "단 한 번도 교체할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푸스코가 날 떠날까 봐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푸스코는 오늘 라운드 초반 위기를 겪을 때 한국말로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참 힘이 됐다"며 "지금까지 기다려주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김세영의
김세영의 '우승 셀카'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7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셀프 촬영을 하고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34만5천달러를 받아 통산 상금 1천518만9천333달러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천486만3천331달러)를 제치고 역대 상금 10위에 올랐다.

김세영은 "예전엔 상금을 많이 받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것이 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이 내 가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현재 랭킹(21위)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의미를 묻는 말엔 "한번 (선수로서) 길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가 어렵다"며 "한번 찾은 경로를 다시 이탈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엔 3만1천719명의 엄청난 갤러리가 모여 김세영의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수는 6만599명에 달한다. 해남군 전체 인구(6만4천575명)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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