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장윤창 별세에 배구인들 추모…배구협회는 공로패 수여
라이벌 겸 대표팀 동료 강만수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 선수였다"
김세진 "우상이었는데 안타깝다"…박철우 "한국 배구 끌어올린 분"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1980∼90년대 한국 남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년의 '돌고래 스파이커' 장윤창 경기대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별세하자 배구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장윤창 교수는 30일 지병인 위암으로 투병하다가 끝내 세상을 등졌다.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31일 왕년의 스타인 강만수 한국배구연맹 유소년육성위원장과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을 비롯해 고려증권 사령탑을 지낸 진준택 전 감독과 동료였던 류중탁, 정의탁, 이경석 등 배구인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졌다.
상주인 아들 장민국이 지난 시즌 프로농구 LG의 우승 멤버여서 농구인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강만수 위원장은 남자 실업배구 쌍벽을 이뤘던 현대자동차써비스의 주포로 라이벌인 고려증권의 장윤창 교수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둘은 대표팀에서는 힘을 모아 1978년 세계선수권 4강 진출에 이어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과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은메달 사냥에 앞장섰다.
강만수 위원장은 "장윤창 교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최고의 선수였다"면서 "대표팀에선 강 교수가 왼손 라이트로, 내가 레프트로 좌우 쌍포를 이뤄 좋은 성적을 냈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훈련을 열심히 한 모범적인 선수였다"고 회고했다.
장 교수는 1983년 고려증권(해체)의 원년 멤버로 남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한국 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카이 서브'(스파이크 서브)를 선보였다.
용수철 같은 탄력과 활처럼 휘어지는 유연한 허리를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으로 '돌고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장 교수가 남자 배구 '왼손 거포'의 원조로 활약했고, 이후 김세진 한국배구연맹(KOVO) 운영본부장과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가 계보를 이었다.
선수 시절 호쾌한 스파이크로 '월드 스타' 명성을 얻었던 김세진 본부장은 "배구 선수로 꿈을 키우던 시절 나에게는 우상이셨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등지셔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한국 남자배구에 한 획을 그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왼손 거포' 출신의 박철우 코치도 "나이 차가 많다 보니 장 교수님과 함께 생활할 기회가 없었지만,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으신 분이었다"면서 "한국 배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장 교수가 배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30일 오한남 회장이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협회는 공로패를 통해 "고인은 1978년부터 1991년까지 14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1978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1984 LA 올림픽 5위 등 한국 배구의 위상을 널리 알린 것은 물론 탁월한 기량과 뜨거운 열정으로 국위 선양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발자취는 한국 체육계에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그 숭고한 업적과 열정을 잊지 않겠다. 고인의 열정과 헌신이 대한민국 배구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